특집기사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오르간 반주자 오주현씨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오르간 반주자 오주현씨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주하려고요”
 
▲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미사 반주를 맡은 오주현씨. 이정훈 기자
 
▲ 1989년 교황 방한 때 화동을 했던 오주현씨 뒤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보인다. 제공=오주현씨



1989년 한국을 방문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환영의 꽃다발을 전달했던 화동(花童) 소녀가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에는 교황 주례 미사 반주자로 나선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교황과 대면했던 12살 소녀는 25년이 흐른 지금 오르가니스트가 돼 다시 한 번 교황과 함께하게 됐다. 방한하는 교황들과 특별한 인연을 갖게 된 이는 오주현(헬레나, 36, 서울 성현동본당)씨. 오씨는 8월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성모 승천대축일 미사 때 오르간 반주를 맡아 5만여 명이 참례할 대형 미사 전례음악의 한 축을 담당한다.

오씨는 “미사 반주자가 됐다고 연락받았을 때 얼떨떨하면서도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일었다”며 “직접 찾아가도 뵙기 어려운 교황님을 두 분이나 그것도 한국에서 특별한 은총을 받고 뵙는다는 것에 무척 감사드릴 따름”이라고 밝혔다.

오씨는 25년 전 당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만남을 어제 일처럼 기억했다.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오씨에게 꽃을 전달받고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소녀는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너무 어렸던 탓인지 입 한 번 떼지 못했다. 하지만 인자한 교황의 모습은 7살 때 일찍 돌아가셨던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당시의 교황과 오씨의 모습은 그의 집 대형 액자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오씨는 “본당 신부님과 어른들께서 주일학교 아이들을 모아놓고 노래 부르기를 시키셨는데, 그러고 나서 어른들께서 심사를 거쳐 저를 화동으로 뽑아주셨다”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꼭 뵙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처럼 미사 반주자로 뵙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5살 때부터 피아노에 재능을 보인 오씨는 그의 말대로 “성당 전례가 곧 삶의 스케줄과 같다”고 할 정도로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한 주도 빼먹지 않고 미사 반주자로 활동해왔다. 오르간 연주를 전공한 그는 지금은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에서 전례 오르간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당일 모든 미사곡과 성악가 조수미(데레사)씨가 부를 특송 반주를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시간 동안 미사 반주를 해왔지만, 교황님께서 주례하는 미사를 반주하려고 하니 긴장되는 게 사실”이라며 “그날 수많은 신자 모두가 정말 하나 되도록, 그리고 교황님을 위해 기도드리는 마음으로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떤 일이든 주어진 곳에서 최선을 다하면 주님께서 언젠가 들어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에 주신 또 한 번의 은총과 선물로 주님이 제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깨닫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또 언제든 주님의 도구로 써달라고 기도해야죠.”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