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에 예언자적 목소리 드높여야
지난해 11월 발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또 「복음의 기쁨」을 한국교회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구현해 나가야 할까.
▲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등이 '세상을 위한 복음'을 주제로 한 박동호 신부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오세택 기자 |
남자 수도회ㆍ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15일 서강대 다산관 101호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1주년을 맞아 '「복음의 기쁨」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우선 주교회의 의장이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는 현 교황(강 주교는 계속해서 '교종'으로 표기)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살피고, 라틴 아메리카 주교회의 연합회(CELAM)가 낸 두 문헌, 곧 「메데인 문헌」(1968년)과 「푸에블라 문헌」(1979년)이 "복음화는 교의나 교리교육이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 이뤄지는 인간의 충만한 변모, 곧 교회의 참여와 친교 속에서 이뤄지는 사회의 완전한 변혁"이라고 밝힌 맥락 속에서 「복음의 기쁨」이 읽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음의 기쁨」을 차례로 살핀 강 주교는 특히 4장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에서 "교회 사목자들은 인간 생활과 관련되는 모든 것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는데, 이는 한국 문제는 한국 교회 공동체가 식별하고 판단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가난한 이들을 사회에 통합시키려면 가난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해야 하며,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이 위협받을 때 교회는 망설임 없이 예언자적 목소리를 드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수회 박상훈 신부는 '교회는 야전병원이다'라는 주제로 한 제1발제 현장교회론 발표를 통해 "복음화가 단지 슬로건 이상의 것이 되려면 예수를 따라가는 삶 속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면서 "예수를 따르는 것과 복음화는 그리스도인들의 삶 자체의 모습이어서 서로 굳게 맞물린 방식으로 삶 속에 함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교회를 '야전병원'으로 보는 교황의 상상력은 이제 잘 알려진 것이 됐다"며 "교회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으로서 '밖으로 나가는 교회'여야 하고, 그리스도인들은 '경계'로 나가는 사람들이어야 하며, 교회 구조의 개혁은 그 자체로는 목적이 아닐뿐더러 복음의 쇄신에 따른 변화로부터 나오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상을 위한 복음'을 주제로 한 제2발제 사회적 영성 발표에서 서울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박동호(서울 신정동본당 주임) 신부는 "「복음의 기쁨」 제4장 복음화의 사회 차원은 가장 많은 성찰 기회를 준 부분"이라며 "권고는 가장 근본적인 두 가지 심각한 문제를 성찰하고 분석하며 행동지침을 제시하는데, 하나는 '사회적 약자의 통합'(경제정의)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평화'(평화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박 신부는 또 "경제정의 차원에서 사회적 약자의 탄원을 함께 듣고 연대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할 신앙행위이며, 평화는 인간 존엄과 공동선 증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질서, 인간 사이의 보다 완전한 정의를 갖춘 질서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것, 곧 통합적 발전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권고는 마지막으로 교회의 쇄신, 사목의 쇄신, 복음화 사명의 쇄신, 곧 '거대한 전환'을, 그것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전환을 열망한다"고 덧붙였다.
'성령으로 충만한 복음 선포자'를 주제로 한 제3발제 복음 선포자의 영성 발표에서 한상봉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국장은 복음 선포자의 영성을 △기도하며 일하는 복음 선포자 △예수님을 향한 사랑 때문에 활동하는 복음 선포자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복음 선포자 △활동하는 신앙을 보여주는 복음 선포자 △전구가 지닌 선교의 힘으로 투신하는 복음 선포자를 꼽고, 복음화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모범으로 복음이신 그리스도를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