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시사진단] 교황 방한, 환영과 제언

[시사진단] 교황 방한, 환영과 제언
 
조효제 토마스 아퀴나스(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우리에게 실로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어떤 교황의 방문이라도 다 환영할 일이겠지만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소식은 여러 면에서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한다. 짧은 재임 기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 인상 덕분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들려온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민의 90% 이상이 현 교황을 열렬히 지지하며, 전국 모든 성당에서 장기 냉담자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오는 현상이 확인됐다고 한다. 최근 로마에 몰리는 순례객의 숫자가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교황의 트위터 @Pontifex를 따르는 전 세계 팔로워가 1200만 명을 돌파했다는 뉴스도 나온다.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런 분이 이 땅을 몸소 방문하신다는 사실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일생일대의 사건에 가깝다.

 그런데 이 정도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교황의 방문이 우리에겐 크나큰 선물이자 쉽지 않은 숙제임을 기억해야 한다. 단순히 행사와 의전을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과제는 계획을 잘 짜고 성실하게 추진하면 잘 되게 돼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한다고 하니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 크고 더 본질적인 과제는, 아시아청년대회 그리고 순교자 시복식이라는 방문 목적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소 강조해 온 핵심적 가르침을 어떻게 잘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다시 두 차원을 지닌다. 교회 내적인 차원과 외적인 차원이 그것이다. 외적인 차원, 즉 대사회적 차원의 준비에 있어 가톨릭교회가 어떤 마음가짐과 어떤 눈높이를 가져야 할지에 관해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 싶다.

 첫째, 아시아청년대회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대회가 한국에서 열리지만 어디까지나 '아시아' 청년대회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땅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아시아 각국 젊은이들과 어떻게 연대를 이루고, 신앙 속에서 어떻게 미래지향적인 선린관계를 이룰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과 신냉전의 기미마저 보이고 있는 동아시아의 갈등 현실과 다르게 가톨릭의 아시아청년대회가 현실 국제정세와 질적으로 구분되는 화해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간판만 아시아를 내걸고 내용은 코리언들의 잔치가 돼선 안 된다.

 둘째, 교황을 맞는 우리 교회의 전반적인 톤이라고나 할까, 어떤 태도와 자세를 지닐 것인지에 대해 숙고해야 할 것이다. 우선, 평소에 충분히 대접받고 늘 상석에 앉았던 분들은 교황이 늘 염려해 왔고 주님도 분명 사랑하실 사람들에게 앞자리를 양보해야 마땅하다. 소외계층,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농어민, 장애인, 싱글맘, 노숙인, 홀몸노인, 알코올중독자, 탈북자, 이주노동자들을 교회가 우선적으로 받드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또한 과시적이고 외형적 행사 위주로 계획을 세워선 곤란하다. 방문의 의의가 큰 만큼 이벤트성 요소가 없을 순 없겠지만 그런 점은 최소로 줄이는 게 좋겠다. 시대 정신이 그러하고 교황의 정신이 그러하다. 검소ㆍ검박하고 겸손한 태도로 모든 행사를 치른다면 가톨릭교회가 세상의 소금이라고 국민들이 더욱 감동할 것이다.

 서울의 도심 한복판을 장시간 막은 채 초대형 집회를 여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하는 점도 열린 마음으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물리적으로 광대한 중심 공간을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전달과 소통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21세기다. 좀 더 '가난'하고 상징성 높은 장소를 물색해 보면 어떨까 한다.

 마지막으로, 시복되는 124위를 기억하면서 외부 도움이 절실한 124개 작은 단체 혹은 숨은 사업을 발굴하여 전국 교회 차원에서 지원을 시작하면 좋겠다. 일반시민의 참여를 통해 선정절차를 거치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성대한 일회성 기념행사보다 이런 활동이 실제론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교회의 대사회적 메시지가 선명히 드러나고, 앞으로 복자들의 시성을 위해서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주님이 가장 기뻐하실 것이다. '이제야 내 마음을 진정 이해하는구나'라고 무척 기특해 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