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인터뷰 전문] 박동호 ˝가톨릭교회, 사회정의 훼손될 때 목소리 높여야˝

*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동호 신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 교황이 밝혀준 희망의 등불 밝혀야"

"정교분리,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아니라 권력을 결탁하지 말라는 것"

"인간의 존엄성이나 사회정의가 훼손될 때 교회 목소리 높여야"

"교회의 침묵이 왜곡된 진리 방관하는 것이 되어선 안돼"

"비판과 참여는 얼마든지 보장돼야"

"어떤 경우든 노동이 자본에 우선한다는 것이 교회의 입장"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 너무 적고, 노조 가입비율도 낮아"



[발언전문]


내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거는 기대가 참 크죠.

아마도 가난한 교회를 지향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살아 온 교황의 메시지가 한국 교회와 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으면 하는 희망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요?

교황 방한을 계기로 이 문제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동호 신부님과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 박 신부님 안녕하세요? 정의구현사제단은 알지만, 정의평화위원회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르시는 청취자분들도 혹시 계실 것 같아서요. 소개를 먼저 해 주시겠어요.

▶ 정의구현사제단은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고요. 독재정권시절인 1974년에 지학순 주교님이 구속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전국의 신부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결성한 것이고요. 정의평화위원회의 경우 62~65년에 있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헌장에 기초해 세워진 공식 기구인데요. 교황청에는 정의평화평의회가 있고요. 모든 교구에 정의평화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설치된 기구입니다. 주로 네 가지 정도로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요. 인권신장의 문제, 경제정의의 실현, 군사적 충돌 내지는 전쟁을 막고자 하고 궁극적으로 평화를 실현하는 활동, 그와 같은 일을 하는 시민사회와 연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내일이면 한국에 오십니다. 신부님께서는 어떤 마음으로 교황 방한을 맞이하려 하시는지요?

▶ 개인적인 소망이 될 수 있겠고 교회의 소망일 수 있겠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계기로 한국사회, 그리고 우리 교회에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 교황 방한을 기쁘게, 한편으론 애타게 목말라하는 분들 가운데는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장애등급제 폐지를 외치고 있는 장애인분들, 그리고 해고를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 분들이 계신데요. 교황의 방한이 이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돼 줄 수 있을까요?

▶ 제가 자주 광화문을 찾는데요, 지금 말씀하신 그런 분들이 정말 오랫동안, 어떤 분들은 벌써 수개월, 수년 동안 활동하고 계시죠. 교황께서는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포용해야 한다고 강하게 강조하고 계십니다. 당연히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놓인 분들에겐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 정부, 그리고 교회가 구체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포용할 수 있는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천하는 길을 통해 희망이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현실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황님께서 어렵게 밝힌 희망의 등불이 우리 때문에 꺼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될 것이고요. 그렇게 되면 정부든 교회든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교황의 방한은 일회성 전시행정 혹은 행사 정도로 끝나지 않을까 그런 걱정도 됩니다.


- 심지어 교회 내부와 가톨릭 신앙을 가진 분들 사이에서도 “왜 교회가 정치에 개입하고 관여하는가?”, 이런 비난섞인 질문을 던지는 걸 자주 보게 됩니다. 이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무엇이고 교황께서는 어떻게 권고를 하고 계십니까?

▶ 다른 종교는 그 나름대로 신앙 혹은 교리체계가 있으니까 제가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요, 적어도 가톨릭 교회만큼의 가르침 말씀은 분명합니다. 세간에 알려진 ‘종교분리’라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라는 것이 아니고, - 종교는 권력을 결탁하지 말라는 분리를 말하는 겁니다. 정치공동체를 흔히 이야기하는데, 정당, 정부 혹은 국가의 임무가 다스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정의, 공동선을 실현하는 데 봉사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교회의 가르침은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만일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그래서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 사회정의가 훼손되고 위협받을 때 교회는 언제나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가르침이기도 하고, 교리이기도 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밝히고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교리서에서는 진리, 자유, 정의, 사회적 차원의 사랑이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과정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훼손되는지를 드러내기 위해 현재 질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 가톨릭 교회의 사회 참여를 비판하는 일부 언론 보도를 인용해서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제주 해군기지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이나 4대강 개발, 밀양 송전탑 문제 등은 전문가적 식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문제인데, 제대로 모르면서 나서다보니 오히려 국민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모르면 침묵을 해야한다.”고 말이죠. 이런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우선 교회든 정부든 인간의 존엄함이라든지 사회정의 혹은 공동선이라는 가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을 때 누구든지 비판할 수 있습니다. 모든 시민의 당연한 권리인데요. 비판이라는 것은 공적으로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개선하기 위한 비판 혹은 참여를 실현하는 방법 아니겠습니까. 시민들이 책임 있는 참여를 위해서는 현대사회에서는 윤리적인 정보, 올바른 정보가 필수입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일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대중매체, 언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매체는 진리, 자유 혹은 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윤리적인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죠. 국가의 안보에 관한 것이든 전문가의 식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문제든 우리 대중매체는 시민이 정보의 객관성, 시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우리 대중매체가 과연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또 국민적 혼란의 원인이 교회가 나섰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대중매체가 시민들의 알권리를 온전하게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 교회가 가르치는 교리 내용은 소수 사람이나 집단이 뉴스미디어를 조정하는 경우, 이런 경우에다가 정치활동, 금융기관 혹은 정부기관들이 유착하게 되면 전체 민주주의제도에 심각한 결과를 끼친다고 가르치거든요. 우리 언론의 경우를 보면 때로는 자의적으로, 때로는 편향된 입장에 따라서 대중매체를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교회가 세상일에 침묵한다면 오히려 왜곡된 정보가 유통되는 데에서 방관하는 일이다, 결국은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시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교회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겁니다. 다만 권력을 취하려 한다든가 돈을 벌려고 한다든가 하면 잘못된 것이죠. 그렇게 되면 참여는 얼마든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개별 사업장의 노-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교회가 무조건 노조 편에 서서 그들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접하게 됩니다. 노동 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어떤가요?

▶ 저희들이 무조건 노조편에 서는 것은 아닙니다. 두 가지 정도 기준을 삼고 있는데요, 물론 교회의 가르침이고 우리의 믿음이기도 합니다. 어느 경우든 노동이 자본에 우선한다고 믿고 가르칩니다. 왜냐하면 노동은 사람한테서 직접 나오는 것이고, 자본은 생산수단의 여러 가지를 통합한 것 아닙니까. 그러니 사람에게서 나온 노동이 항상 자본보다 앞선다고 가르치고 믿고 있고요. 교회는 어떤 경우든 사회적 약자를 우선 선택한다는 것이 교회의 믿음이기도 하고 신앙이기도 하죠. 우리나라 노동현실에서 한편 간과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노동환경이 있는데요, 사업장 가운데 노동조합이 결성된 수는 너무 적습니다. 둘째로는 설령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비율이 너무 낮고요. 비정규 노동자들의 비율이 너무 높고. 말하자면 우리 사회 노동 현실이 자본이 노동을 압도하는 현실이라고 진단하고요. 그런 점에서 교회가 당연히 서있어야 할 자리는 약자편에 서있는 노동조합 혹은 노동자인 것이죠.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취하거나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현실에서 노동조합 혹은 노동자의 처지가 그만큼 약한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인 것이죠.


- 교황께서는 ‘영적인 세속성’을 경계하면서 늘 ‘새로운 복음화’를 강조하고 계신데요.
이 부분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 교황이 말하는 영적 세속성의 의미를 알아봐야 하는데요. 교회가 교회 자체를 유지하고 관리하고 만족하는 데 머무르는 것을 영적 세속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교회가 교회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서 유지하고 관리하고 만족한다면 그것을 교황은 엄청난 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계하는데요. 교회의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만약 교리가 그렇게 될 경우 세상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고통을 겪는 것을 교회는 실제로 체험했거든요. 그래서 교회가 새로운 복음의 길로 나서라고 교황은 강조하지만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고요. 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꾸준히 해온 일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새로운 복음화를 간단하게 교황의 권고를 인용해 쓰자면, 형제애, 정의, 평화 그리고 인간 존엄함을 사회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런 일을 위해 고통을 겪더라도 마다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강조하는 겁니다.


네, 지금까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박동호 신부와 말씀 나눠봤습니다.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PBC 서종빈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8-1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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