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교황 방한, 대한민국 축제로 만들자

교황 방한, 대한민국 축제로 만들자
 
사회 대통합과 통일 시대를 여는 민족 화해ㆍ평화의 전기로 삼아야
 
▲ 프란치스코 교황의 8월 방한을 대한민국의 축제로 만들어 화합과 대통합,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사진은 16일 로마 교외 델 오라치오네 산타 마리아 본당을 방문, 한 장애아에게 입맞춤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로마=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침내 한국을 방문한다. 8월 14~18일 5일 동안 전 세계의 눈과 귀는 한국에 집중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교회 안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다.

 평화신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사적 한국 방문을 맞아 교황 방한을 단지 가톨릭교회의 행사로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축제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22일 염수정 추기경에게 "나는 정말 한국교회만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교황은 "나는 정말 한국을 사랑합니다" 하고 말했다.

 교황 방한을 대한민국의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국가가 나서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크고 거창한 어떤 국가적 이벤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교회가 주도적으로 일을 준비한다 하더라도, 소박하게 행사를 치른다 하더라도, 그 취지와 그 의미를 대한민국 국민이 공감할 수 있고 마음으로라도 동참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사회 대통합, 그리고 통일 시대를 여는 민족 화해와 평화의 전기로 삼자는 것이다. 교황 방한 일정 자체도 우리에게 이를 촉구하고 있다.

 교황 방한의 목적은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과 124위 시복식 주재다. 아시아 청년대회는 한국을 비롯 일본 중국 필리핀 인도 등 아시아 22개국 청년 2000여 명이 참가해 신앙의 친교를 나누는 자리다. 이들은 단순히 가톨릭 신자가 아니다. 아시아의 미래 주역이 될 젊은이들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들을 찾아 함께하며 격려한다. 교황은 청년들에게 착한 신자가 되라고만 당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아시아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하나가 되라고 격려할 것이다. 가톨릭 청년들의 대회이지만 가톨릭 행사로만 여겨서는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에서는 하느님의 종 순교자 124위 시복식이 거행된다. 시복식은 쉽게 말해 복되다고, 축복받았다고 선언하는 행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복되다고 선언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멀리는 220여 년 전, 가까이는 120여년 전 이 땅에서 죄인으로 몰려 치욕스러운 죽음을 당한 이들이다.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형에 처해졌던 이들이 복된 이들이라는 찬사를 받는 것이다.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한 주체와 다시 복되다고 선언한 주체는 다르지만 엄청난 반전인 시복식이 이 시대,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난날의 반목과 갈등과 대립과 분열의 역사를 청산하고 대화합과 소통의 새 시대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이런 상징적 의미가 시복식 행사에 어떤 식으로라든 반영되기를 희망한다.

 경호 문제, 일반 시민에게 끼치는 교통 불편 등의 어려움이 있지만 서울 광화문 광장이 시복식 장소가 된다면 대화합과 대통합의 상징적 의미가 배가될 것이다. 이땅의 천주학쟁이들을 대상으로 박해령을 내리고 체포하고 투옥하고 고문하고 사형을 언도하던 역사의 대표적 장소들이 모두 광화문 네거리 주변에 위치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기간 중 꽃동네를 방문한다. 꽃동네는 장애인을 비롯해 가난하고 버림받고 오갈 데 없는 이들을 위한 대표적인 종합복지시설이다. 교황이 이곳을 방문하는 이유는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비심과 연민과 사랑의 표현이다. 교황의 행보는 우리 가톨릭신자들뿐 아니라 선의의 모든 사람들에게 동참을 호소하고 촉구한다.

 교황이 방한 마지막 날 명동성당에서 집전하는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 역시 가톨릭 신자들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 지구촌에서 유일하고 60년 이상 갈라져 있고 아직도 대립과 대결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 전체를 위한 미사다.

 이 모든 것이 교황의 방한이 가톨릭 교회만의 축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축제가 돼야 함을 시사한다. 교황 방한을 어떻게 하면 국민적 축제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 겸손하게 하느님 도우심을 청하고 지혜를 모으자.

   이창훈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