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인터뷰 전문] 박경숙 ˝전국 성지 111곳 완주하는데 7~8개월 걸려˝

* 전국 111곳 성지 완주 박경숙 루치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7~8개월에 걸쳐 전국 111곳 성지 완주"

"비행기, 기차, 전철, 승용차, 선박 등 모든 교통수단 이용"

"미리 공부하고 성지에 가면 안내판 전부 읽어"

"부산에 있는 순교자 김범우 묘지에 간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

"밤에 동굴성지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너무 아름다워"

"교황 방한이 불행을 느끼는 분들에게 희망과 행복이 됐으면"

"기도의 응답을 받고 싶으면 성지에 가서 기도하세요"


[발언전문]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일정, 사흘째입니다.

오늘은 시복미사 집전에 앞서 서소문 순교성지를 참배할 예정이고
내일은 솔뫼성지와 해미 순교성지를 각각 찾아갈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성지 순례길이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데요.

전국 111곳의 성지를 완주하신
서울 신정동본당, 박경숙 루치아 자매를 전화로 모셨습니다.

참고로, 박 루치아 자매께선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1급 시각장애인이신데요.
지금 이 시각, 광화문에서 시복미사에 참여하신다고 해서
어제 저희 평화방송에서 미리 녹음으로 만나봤습니다.


- 박경숙 루치아 자매님, 안녕하십니까? 앞을 전혀 보실 수 없는 상태에서 100곳이 넘는 성지를 완주하셨다니 정말 대단하신데요. 먼저 성지순례 완주 결심을 하게 되신 계기부터 말씀을 해주시죠.

▶ 제가 신앙생활을 하다보니까 어느 때인가 주님을 체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평화방송 TV 프로그램 중에 ‘순교자의 길을 따라서’ 라는 프로그램을 접하고, 성지순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친구 보고 성지순례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 친구도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럼 우리끼리 갈 수 없으니까 봉사자를 물색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봉사실을 가니까 거기에 봉사하시는 실비아 씨가 계시더라고요. 그분과 대화하던 중에 성지순례를 가고 싶다고 하니까 언니도 하고 싶다고 같이 하자고 했어요. 언니의 외사촌 오빠가 저희 성당에서 자원봉사를 해요. 그리고 실비아 언니는 21년 동안 시각장애인 성당에서 자원봉사를 하셨어요. 그래서 그분들과 같이 만나서 하게 됐습니다.


-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에서 발간한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안내책자에 나와 있는 전국 111곳의 성지를 모두 다니셨다고 들었는데요. 순례기간은 얼마나 걸렸습니까?

▶ 7~8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 어떻게 순례하셨어요?

▶ 순례는 전철로, 기차로, 승용차로, 비행기로, 배로 이용하고 다녔습니다.


-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하셨네요.

▶ 네.


- 아무리 성지순례에 대한 열정이 있고 또 봉사자가 길을 인도해 준다 하더라도 실제로 길을 나서면 곳곳에서 생각지 못한 어려움을 만나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습니까?

▶ 경상도교구에서 많이 느꼈는데요. 곳곳에 표지판이 정확하게 있지 않고 순교하신 분들이 투쟁하시면서 살아남으셔야 하니까 산골 깊은 곳에 숨어계셨는데, 숨어계신 성지의 표지판이 없어서 불편했어요. 그리고 확인도장이 어디에 있는지 성지마다 전화를 하면 경상도교구에서는 전화를 받지 않아서 확인도장을 찍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 흔히 성지순례라고 하면 그 곳의 경관이나 주변 풍광들도 함께 기억하게 되는데요. 자매께서는 앞을 보실 수 없기 때문에 성지에 대한 이미지를 기억하거나 마음에 담는다는 게 힘드실 것 같습니다. 어떠셨어요?

▶ 저희 남편이 성지 안내도를 음성파일로 다 만들어서 읽어줬어요. 만약 부산교구를 간다고 하면 안내도를 미리 읽고 공부하고 가서 실비아 언니와 베드로 오빠랑 안내도를 다 읽어주고 해서 기억하고, 읽어주고 그렇게 공부하고 다녀왔습니다.


- 남편분 정성이 대단하시네요.

▶ 네. 그래서 저희들보다 남편이 성지에 대해 더 많이 압니다.(웃음)

- 111곳의 성지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례길이 있다면 어디세요?

▶ 부산교구의 김범우 묘에 갔을 때였어요. 서울에서 출발하다보니까 저녁 늦은 시각에 도착했어요. 거기는 오지 산골로 들어가는 곳이었는데 밤도 늦어서 찾기가 엄청 힘들었어요. 그래서 올라가 올라가 찾아보니까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동굴 앞에 동굴 성당이 있었거든요. 그 동굴 성당이 무척 아름다웠어요. 그런데 밤에 가서 달도 없었을 때였거든요. 밤에 가보니까 성당이 문이 닫히잖아요. 그때 조그맣게 새어나오는 불빛이 있더라고요. 그곳을 가보니까 조그만 성당인데 그렇게 아름답더라고요. 동굴 성지가 정말 좋아서 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방한이 가톨릭교회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파장을 미칠 거라는 전망인데요. 루치아 자매께선 개인적으로 이번 교황 방한에 어떤 기대와 바람을 갖고 계십니까?

▶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에 불행을 느끼고 있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었으면 더더욱 좋고요. 교구청 주교님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교황님이 소외받고 버림받은 사람들을 우선시 하시잖아요. 그런 정신으로 저희 시각장애인 선교에 바람을 들어주셨으면 감사합니다, 라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성지순례를 어렵고 힘들게만 느끼시는 분들을 위해 성지순례의 매력은 이것이다, 어떤 말씀 주시겠습니까?

▶ 제가 성지순례를 하고 나니까 본인이 정말 기도를 해서 응답을 받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 성지에 가서 기도를 해라, 특히 먼 데까지 못 가시는 문들은 명동성당 지하에 가시면 기도할 수 있잖아요. 성지에 가서 기도를 하면 모든 것이 응답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PBC 서종빈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8-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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