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사설] 교황님, 환영합니다

교황님, 정말 잘 오셨습니다. 머나먼 아시아, 수천 년 유학과 불교의 전통이 내려오는 ‘순교자의 땅’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자발적으로 복음을 받아들여 순교로 신앙의 증인이 되어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셨던 선조들의 유산을 잇는 저희는 평생 복음을 실천하며 살아오신 교황님을 기쁨 속에서 맞아들입니다.

동양의 고전 「논어」 학이편에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는 표현이 있는데, 벗도 아니고 이렇게 교황님께서 직접 찾아오시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평소 기도지향이나 메시지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 또 세월호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과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셨기에 저희는 교황님이 처음 뵙는 분처럼 여겨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늘 뵙던 부모님처럼, 형제처럼, 친구처럼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지난해 3월 교황직에 오르신 이후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소박함과 검소함,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과 파격, 가난한 이들을 위한 배려와 사랑을 실천하시며 가난의 삶을 살아오셨기에 한결 더 친숙했던 터였습니다. 그래서 다소 불경스럽지만 저희는 교황님을 오히려 멀리서 찾아온 벗과 같이 여기고 기껍게 환영 인사를 드립니다.

아시아 곳곳 23개국의 청년들이 한국을 찾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70억에 이르는 전 세계 인구 중 아시아 대륙은 41억(59%)이나 되는데도 복음화율은 3.2%에 그칩니다. 그런데다 끊임없는 전쟁과 분쟁으로 질곡에 빠져 있고 민족 간, 종교 간 갈등은 극에 달해 있습니다. 빈곤 문제 또한 환경이나 난개발, 불공정무역, 빈부격차에 따른 이주 문제 등과 맞물리면서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아시아 청년들은 교회와 세계에 있어 평신도 그리스도인으로서 복음화의 소명과 신원을 마음에 새기며 청년대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는 대회 주제는 아시아 젊은이들이 순교자의 땅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담아갈 것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 대회에 교황님께서 함께하시는 것은 또 다른 파격일 뿐 아니라 아시아 대륙 복음화를 위한 사명을 수행해야 하는 아시아 젊은이들에게는 힘과 기쁨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교황님께서 구원의 보편적 성사로서 자신을 이 세상에 파견하시는 주님의 목소리를 아시아 청년들에게 들려주시기를 청합니다. 또 청년들의 호소를 들으시고 기쁘게 응답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교황님의 방한이 아시아 복음화와 가톨릭교회의 쇄신에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나라 또한 그에 못지않습니다. 60여 년 전 전쟁의 유산은 아직도 휴전과 이데올로기 대립이라는 형태로 남아 있는 분쟁과 갈등의 땅입니다. 해가 갈수록 상호 신뢰와 평화는커녕 핵과 미사일이라는 분쟁 위협에 놓여있는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입니다. 우리나라에 사랑과 평화, 화해와 일치의 메시지를 전해주시기를 청합니다.

오는 18일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될 교황님 주례 미사가 겨레의 화해와 일치에 초석을 놓고, 남북간 빈부간 계층간 상호 이해와 협력의 평화시대를 열며, 위정자들이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예식을 직접 주례해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통상적으로 교황청 시성성 장관이 거행해온 시복예식을 교황님께서 저희 교회를 위해 주례해 주신 사랑은 잊지 않겠습니다.

교황님께서 삶으로 보여주시는 실천하는 신앙인의 모습이 이번 방한을 통해 종교인, 비종교인의 울타리를 넘어 우리나라와 아시아에 진정한 화해와 희망을 전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아시아 청년들과 저희 교회를 위해 ‘종들의 종’(Servus Servorum)으로서 하느님의 빛을 주시고자 그 먼 길을 오신 교황님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

“교황님 만세!”(Viva Pa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