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시사진단] 프란치스코 영향

김성제 베드로(한국브랜드경영협회 회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은 한국 가톨릭교회와 한국 사회에 ‘프란치스코 효과(Francis Effect)’뿐만 아니라 ‘프란치스코 영향(Francis Influence)’을 오랫동안 남길 것이다. 굳이 ‘프란치스코 영향’을 덧붙이고자 하는 이유는 교황의 말씀과 행동이 남기는 것이 효과나 결과뿐만 아니라 가톨릭교회는 물론 타 종교 사회, 세계 정치, 세계 경제, 세계 시민 의식 등에 미치는 영향과 감화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효과’라는 말은 이탈리아 사회학자 마시모 인트로비네(Massimo Introvigne) 교수가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직후 전 세계 가톨릭 신자가 급증했다는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교황의 말씀과 행동의 결과를 단순히 ‘프란치스코 효과’로 담아내는 것보다 ‘프란치스코 영향’에 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교황의 영향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향력은 교황으로서 주어진 권위에서 나온다기보다 교황 자신의 행위적 가치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전 세계가 그의 말과 행동에 감동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은 취임 첫 미사에서 “예수를 증거하지 않으면 우리는 교회가 아니라 동정심 많은 NGO에 불과하다”는 강론으로 교회가 예수의 본질로 돌아가야 함을 천명했고, 이후 그의 말과 행동은 ‘예수’를 실천하고 있다. 침체된 바티칸과 가톨릭 교회 쇄신을 위해 적폐(積弊)를 세속의 도구(tool)로 도려내려는 그의 용단,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는 직설적 표현으로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를 질타한 그의 담대함, 마피아에 대한 파문 선언 등은 교회 쇄신을 넘어 하느님의 뜻과 멀어져 가는 현대 사회의 ‘쇄신’을 웅변해 주는 내용이다.

미화 50달러짜리 플라스틱 손목시계와 낡고 오래된 구두, 방탄차를 거절하고 가장 서민적인 자동차 선택, “불평등에 무감각한 사회에는 결코 평화와 행복이 오지 않는다”는 호소, 자신의 생일에 로마 노숙자들을 교황청에 초청하여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과의 나누는 모습은 세상을 일깨워 주는 교황의 참모습 중 일부분이다. 바로 이러한 ‘예수의 참모습’이 ‘프란치스코 영향’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교황의 한국 방문 이후 한국 가톨릭교회와 한국 사회에 미칠 프란치스코 영향을 세 가지로 예측해 본다.

첫째, 교회 지도자들의 변화 촉구다. 교황의 ‘교회 쇄신’은 내용과 속도 면에서 가톨릭교회 지도자에게 일반 신자와 국민을 앞서갈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황은 쇄신 내용을 거침없이 전 세계를 향해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교회 지도자들이 주춤거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런 점에서 교황 방한은 교회 지도자들의 변화를 촉발하는 자극이 될 것이 분명하다.

둘째, 가톨릭 신자의 증가다.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뚜렷한 존경 모델이 없고 제대로 된 사회정의 시스템이 미비한 환경에서 ‘옳음’을 갈구하는 잠재 신자들에게 세기적 존경의 실제 모델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현존’은 가톨릭교회의 가치를 귀와 눈으로 확인할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교황의 방한은 선교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어냈음을 알 수 있듯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카리스마’는 가톨릭 신자 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셋째, 교황 방한은 특히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기쁨과 희망, 자존심을 갖게 하는 힘을 주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잠재력이 뛰어난 우수 민족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우울하고 공허감마저 드는 구석이 많다. 격의 없고 소박하고 서민 친화적인 가난한 교황의 모습에서 국민들은 기쁨과 희망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