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호외] 교황 만난 세월호 유가족 김학일씨

“교황님, 꼭 기억해주세요”… 희생자들 안식 기원 부탁

 

 

“파파!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김학일(루도비코, 수원교구 안산 와동일치의모후본당)씨가 제의를 갈아입으러 가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외쳤다.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봉헌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전 교황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만남에서였다.

“제의실에 들어가시면 304명의 영혼이 십자가와 함께 있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304명의 영혼이 오늘 교황님과 함께 미사를 봉헌할 수 있으면 이들이 주님 품 안에서 기쁘게, 그리고 영원히 머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교황이 답했다.

15일 저녁 7시 30분. 김학일씨는 평화방송 라디오(FM 105.3㎒) 프로그램 ‘기도의 오솔길’(연출 박종인 PD)에 출연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소감을 처음으로 풀어놓았다. 7월 8일 시작한 십자가 순례를 마치고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한 뒤 출연한 자리였다.

이날 미사 전 세월호 가족 10명은 제의실에서 교황과 만났다.

“어쩌다 보니 제가 가장 먼저 교황님과 인사를 하게 됐습니다. 교황님께 우선 큰절을 드리고, 교황님의 신발에 입맞춤하고 악수를 했습니다.”

김씨는 교황과 만난 세월호 가족 10명 중 가장 먼저 교황과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인사를 마치고 들어가려는 교황에게 미사 중에 세월호 영원들을 기억해 달라는 청을 꼭 드리고 싶었다.  

세월호 순례단은 사전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에게 십자가를 전달했다. 교황은 세월호 십자가를 로마에 가져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처음 봤을 때 귀부터 보였다고 했다. “귀가 무척 크시더라고요. 얼굴에서 귀가 가장 먼저 보였습니다. 악수하는데 손도 크셔서 놀랐습니다. 교황님의 손이 무척 부드러우시더군요.”

김씨는 교황을 알현한 것이 아들 김웅기(제준이냐시오)군이 준 선물이라고 했다. 아들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54명 가운데 한 명이다. “웅기가 준 선물이 너무 많습니다. 아직 안 풀어본 것도 많아요. 교황님을 뵌 것은 웅기가 저에게 준 큰 선물입니다.”

‘기도의 오솔길’은 청취자들과 함께 기도하며 치유하는 프로그램으로, 윤해영(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 수녀가 진행한다. ‘기도의 오솔길’은 그동안 세월호 순례단과 함께 해왔다.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