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호외] “하느님 나라 누룩으로 더 성장하라”

교황, 대전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서 “사회의 물질·이기주의에 맞서라” 강조 

 

5만여 신자들이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운집해 교황이 집전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 한가운데서 하느님 나라의 누룩으로 더욱 충만히 부풀어 오르도록 성모께 간청했다. 아울러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고,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또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와 맞서 싸우기를 빈다”고 기원했다.

교황은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5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 강론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교황은 “영광 속에 앉으신 성모님께서는 우리들의 희망이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이 희망은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그런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러한 절망이 수많은 젊은이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현실을 적시하면서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이런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미사 끝에 인사말을 통해 “교황님의 방한은 우리 교회가 ‘일어나 세상을 비추라’는 말씀을 증언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며 그간 교구 공동체가 바쳐온 묵주 기도 150만 단과 미사 200만 번, 기도 330만 회를 영적 선물로 교황에게 바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픈카를 타고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입장, 신자들 환호에 손을 흔들고 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의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후 대중과 함께하는 첫 미사였다. 광복절과 겹친 이날 미사는 우리 민족이 마치 일제의 억압에서 해방됐듯이 죄와 고통의 질곡에서 벗어나 행동하는 복음의 사도 교황과 함께 하늘나라의 희망을 노래한 성대한 잔치였다.

 

◎…식전 문화행사로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 월드컵경기장은 10시 20분쯤 교황이 도착하면서 환호와 기쁨의 무대로 바뀌었다. 예정과 달리 KTX편으로 대전에 내려온 교황은 대전역에서 경차로 갈아타고 월드컵경기장 초입에 도착,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의 영접을 받았다.

이어 오픈카로 옮겨탄 교황은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면서 신자들의 환호에 답했다. 교황은 김준현(토마스 모어, 33, 대전 탄방동본당)·이상은(아가타, 32)씨 부부가 내민 두 살배기 아들 경환(요한)의 머리를 쓰다듬고 축복했다. 또 축복을 받고자 하는 신자들의 연호에 오픈카에서 내려 신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사랑을 전했다.

이어 제의실로 들어간 교황은 김병권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유족들과 생존 학생 등 10명과 10여 분간 비공개로 만났다.  

 

◎…미사는 10시 48분쯤 입당성가 ‘서로 사랑하십시오’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교구 사제단을 시작으로 한국 주교단, 아시아 주교단에 이어 교황이 중앙 통로를 통해 입당하면서 시작됐다. 미사는 교황이 라틴어로, 신자들은 우리말로 응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성모 마리아가 한국교회의 수호자임을 염두에 둔 듯, “한국 교회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간청한다”고 표현. 교황은 △세례 때 우리가 받은 존엄한 자유에 충실하도록 △하느님의 계획대로 세상을 변모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을 이끌어 주시도록 간청했다.

 

◎…성찬 전례를 시작하는 예물 봉헌에서는 대전교구 메리 지 엔카운터(ME) 부부인 김재홍(미카엘, 60)·이경애(마카엘라, 57) 부부와 만삭의 딸 김진아(가브리엘라, 31)·최원석(가브리엘, 32) 부부가 성작과 성반, 물과 포도주를 봉헌.

이와 관련 대전교구는 “가정과 생명 사랑에서 모범이 되는 가족이어서 봉헌자로 선정했다”면서 “이들 부부는 오래 전부터 부부일치 운동(ME)과 선택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 성화에 힘써왔고, 장기 기증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미사 때 사용된 성작과 성반, 제대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제작했다. 성작 바닥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전교구민과 함께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미사 후 성작과 성반은 박물관에 보존하고, 제대는 교구청 성당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날 미사에 사용된 제단은 가로 24m에 세로 12m, 폭 1.5m로, 그 위에 가로 7m의 제대를 설치했다. 색동화가 이규환씨의 작품으로, 성모 승천과 남북 화해를 바라는 뜻에서 색동의 이미지를 담았고, 순교자의 정신과 교황의 소박함, 화려하지 않은 단아함을 최대한 살렸다.

제단 꽃꽂이는 대전교구 전례꽃꽂이연구회장 유행선(안토니아, 57, 대전 괴정동본당) 회장 등 회원들 20명이 참여, 매화를 제외한 사군자 중 난초와 국화, 대나무를 배치하고 그 위에 호접란을 놓음으로써 성모 승천의 이미지를 형상화했으며, 그 옆에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와 전통 그릇인 항아리를 놓았다.

 

◎…이날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는 교황 퇴장과 동시에 교구 레지아와 충남 웃다리 풍물 단원 50명으로 구성된 연합 풍물팀이 흥겨운 경기ㆍ충청 가락인 ‘웃다리 풍물’을 공연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대전교구 교황방문준비위윈회 홍보분과장 한광석 신부는 “성모 승천 대축일이자 광복절을 맞아 해방의 기쁨을 기억하며 세월호 침몰 사태로 큰 아픔을 겪은 유족들, 나아가 온 국민이 그 아픔을 기쁨과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대축제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