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외] “하느님을 공경하고 타인을 존중하라”
교황, 교황, 젊은이들과의 만남/ 솔뫼성지 방문
15일 솔뫼성지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김대건 신부 생가를 찾아 헌화한 뒤 기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성직·수도자 지망 청년들이 솔뫼성지에서 교황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
아시아청년대회 참가자들이 교황과 셀카를 찍고 있다.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한 인도네시아 청년들이 교황 앞에서 전통 춤 공연을 펼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대전 솔뫼성지를 방문해 청년 6000여 명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청년들과 대화·호흡
솔뫼성지 앞 광장에 마련된 초대형 천막에서 열린 ‘젊은이들과의 만남’에서 교황은 청년들의 젊은 열기를 느꼈고, 청년들은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가톨릭 슈퍼스타 교황을 가까이서 만나고 대화하는 기쁨을 맛봤다.
토크쇼 형식으로 열린 만남에서 교황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주님을 공경하고 다른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먼저 당신(주님) 뜻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교황은 각국 대표로 선발된 박지선(마리나, 한국)ㆍ조반니 팽(33, 홍콩)ㆍ스 마이(20, 캄보디아) 청년 3명에게 △성소 △청년의 역할 △행복한 삶 등 다양한 고민을 질문받았다.
질문을 받은 교황은 청년들에게 “우리는 주님을 공경하고 다른 이들을 위해 존재한다”면서 “수도자의 삶을 지향하든 평신도로서 가정을 꾸리는 삶을 지향하든 다른 사람을 위해 삶을 지향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했다. 또 “나에게 기쁨,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하늘로 날아가듯 사라지지만, 사랑의 행복만은 유지된다”면서 “사랑의 길은 이웃과 형제ㆍ자매, 특별히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년들이 질문하는 동안 수첩을 꺼내 진지한 표정으로 받아적은 교황은 스 마이씨가 “캄보디아에 성인이과 복자가 없다”고 한 질문에 “캄보디아 순교자 시복과 시성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답하기도 하는 등 진심 어린 답변을 해줬다.
교황은 무엇보다 ‘주님, 제게 원하시는 게 무엇입니까’하고 기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하면서 이 말을 세 번 연거푸 말하자 청년들도 함께 따라 외쳤다.
사랑의 삶을 살라
교황은 “영어 실력이 좋지 않다”면서 이탈리아어로 즉흥연설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후 30분간 연설문 없이 “가족과 형제, 이웃을 사랑하라”, “남과 북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에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또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해 기도하자”며 15초간 청년들과 함께 기도를 바치기도 했다.
교황은 연설에 앞서 인도네시아 청년들이 준비한 전통춤 공연과 제주교구 청년들이 꾸민 ‘돌아온 탕자’ 연극을 함께 감상하며 청년들과 하나 되는 시간을 가졌다. 빡빡한 일정 중에도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전해야 할 때엔 주먹을 쥐어가며 힘 있는 어조로 연설했다.
교황은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 주님 사랑을 기쁜 마음으로 충실히 증언할 힘을 주시도록 간청하자”면서 “무엇보다 저를 위한 기도를 잊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2만여 신자, 교황 환대
교황은 젊은이와의 만남을 위해 이날 오후 4시 50분쯤 헬기로 솔뫼성지 입구에 도착했다. 헬기에서 내려 오픈카에 탄 교황은 바로 성지 안쪽에 있는 성 김대건 신부 생가로 향했다.
흰 수단을 입은 교황이 나타나자 성지를 가득 메운 신자 2만여 명은 일제히 “비바 파파(Viva papa)”를 연호하며 교황을 환영했다. 교황은 늘 그랬듯 환한 웃음을 짓고 신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교황은 신자들 곁을 지나다 어린 아이가 있으면 머리에 손을 얹어 축복하기도 했다.
솔뫼성지 내 아레나 광장에는 전국에서 모인 성직·수도자 지망 청년들이 교황 방문을 환영했다. 이들은 교황이 잘 볼 수 있도록 울타리에 ‘NOI PREGHIAMO PER TE SEMPRE’(교황님을 위해 늘 기도합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교황이 광장 앞을 지나가자 모두 손을 뻗어 흔들며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오픈카를 타고 성 김대건 신부 생가에 도착한 교황은 유흥식 주교 등의 도움을 받아 헌화하고 생가 마당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잠시 기도하고 묵상한 후 김대건 신부 초상화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기도를 마친 교황은 어린이가 선물한 은으로 만든 무궁화를 받아들고 기뻐하며 어린이를 껴안고 볼을 부볐다.
생가 방문을 마친 교황은 다시 오픈카를 타고 청년들과의 만남 장소인 성지 앞 광장의 초대형 텐트로 향했다. 교황이 길을 되돌아오는 동안에도 신자들의 환호와 박수는 끊이지 않았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