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교황이 남기고 간 선물-평신도사도직 단체와의 만남

인간 증진과 평신도 양성에 힘써달라 당부

 

▲ 18일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평화와 화해의 미사에 초청받은 위안부 할머니가 고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못다핀 꽃’을 들고 있다. 18일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평화와 화해의 미사에 초청받은 위안부 할머니가 고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못다핀 꽃’을 들고 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아침 주한교황대사관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승현(단원고 2)군 아버지 이호진씨에게 세례를 주고 있다.【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아침 주한교황대사관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승현(단원고 2)군 아버지 이호진씨에게 세례를 주고 있다.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신도사도직 단체 대표들에게 한 연설에서 핵심 단어는 ‘인간 증진’이라고 할 수 있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과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가는 활동은 자선 사업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면서 “인간 증진이라는 분야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격려했다.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음식과 입을 것을 주는 데 그치지 말고 그들의 인간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당부였다. 교황은 ‘인간 증진’을 통해 모든 사람이 품위 있게 일용할 양식을 얻고 자신의 가정을 돌보는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설의 맥락을 살펴보면 교황이 강조하는 ‘인간 증진’은 ‘인간답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 특히 가난한 이들에 대한 물질적 도움을 주는 것은 당장의 배고픔은 해결해주는 것에 머무를 수 있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이 스스로 품위 있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평신도들은 교황이 당부한 ‘인간 증진’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답은 교황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 교황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장 시절 시간이 날 때마다 가장 치안이 불안한 빈민가를 예고도 없이 찾아가 가난한 이들, 마약 중독자들을 만났다.

교황은 그들에게 고해성사를 주고 미사를 집전하고 함께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마약에 찌들어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재활을 도왔고 에이즈 환자들을 찾아가 발을 씻어주고 입을 맞췄다. 교황으로 선출 후 노숙자들을 초대해 식사하기도 했다.

교황은 이번 방한 내내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고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며 희망을 선물했고, 18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평화와 화해 미사에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위로를 전하고 묵주를 선물했다. 교황은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났을 때 이분들이 침략으로 끌려가 이용을 당했지만,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할머니들을 재차 언급했다.

교황의 인간 증진 외에도 “평신도 양성에 힘써 달라”고 말했다. 자신이 속해있는 공동체 안에서 지속적인 교리 교육과 영성 지도를 하며 평신도 사도를 양성해 달라는 당부였다. 평신도 단체 대표들이 가진 식견과 재능, 은사를 교회 성장과 선교를 위해 활용해 달라는 것이다. 또 목자들과 완전한 조화를 이뤄달라고 부탁했다.

한국교회 평신도들은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묵묵히 봉사하고 있다. 이제는 자선을 넘어서 ‘인간 증진’을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앞서 언급했듯이 답은 교황의 삶 속에 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