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교황이 남기고 간 선물-신자들 향한 강론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그리스도인

 

▲ 프란치스코 교황은 순교자들의 삶을 본받아 자신의 삶의 첫 자리를 주님께 드리고 그리스도인으로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것을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숙제로 남겼다.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서 성모자상에 분향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순교자들의 삶을 본받아 자신의 삶의 첫 자리를 주님께 드리고 그리스도인으로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것을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숙제로 남겼다.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서 성모자상에 분향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평화신문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124위 순교자 시복 미사와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강론을 통해 신자들에게 순교자의 모범을 본받아 믿음을 증언하는 데 앞장서며, 한국 사회에 정신적 쇄신을 이끄는 힘이 되기를 당부했다. 신자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한국 사회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한 것이다.

교황은 시복 미사 강론에서 “순교자들은 그리스도를 모든 것 위에 최우선으로 모셨다”면서 신자들에게 순교자들처럼 삶의 첫 자리를 주님께 내어드리기를 촉구했다. 현대의 신앙인들이 세속적 가치를 앞에 두고 갈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순교자들 역시 예수님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세상을 따를 것인지 고민했다. 결국 순교자들이 택한 것은 목숨과 맞바꾼 신앙이었고, 그런 신앙이 있었기에 한국교회는 성장할 수 있었다.

교황이 순교자의 모범을 본받으라는 것은 순교 역사를 기억하고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신앙과 애덕의 유산을 잘 지켜나가라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 신자들은 신앙의 증인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교황은 특히 순교자들이 당대의 신분제도에 맞서 서로가 차별 없이 한 형제자매로 어울렸던 역사를 강조하며 오늘날 신자들도 그와 같은 형제적 삶을 살기를 요청했다. 교황은 “순교자들의 모범은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어려움에 부닥친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하느님의 사랑을 증언하는 것이 오늘날 신자들에게 남겨진 숙제다.

교황은 성모 승천 대축일에도 한결같이 힘없는 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고귀한 전통을 물려받은 한국 신자들이 신앙 유산의 가치를 드높이고 이를 미래 세대에 물려주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하고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황은 또 한국교회가 한국 사회의 한가운데서 하느님 나라 누룩으로 충만히 부풀어 오르기를 성모께 간청했다. 그는 “한국교회 신자들이 사회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며 물질주의 유혹에 맞서,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호소했다. 교황의 이런 거듭된 당부는 그동안 신자들이 얼마나 세상의 기준에 휩쓸려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교황이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강론을 마치며 바친 기도를 우리도 함께 바쳐야 한다. “우리가 하느님 자녀들의 자유를 누리며 기뻐할 수 있도록, 그 자유를 지혜롭게 사용하여 형제자매를 섬길 수 있도록, 그리고 다스림이 곧 섬김인 영원한 나라에서 완성될 바로 그 희망의 표징으로서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성모님의 은총을 간청합니다. 아멘.”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