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교황 프란치스코' 시 쓴 불교 신자 윤효씨

'교황 프란치스코' 시 쓴 불교 신자 윤효씨
 
"교황, 종교 떠나 모든 이들에게 감동"
 

 

 
 "번듯한 공관을 마다하고/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밥을 짓고 옷을 깁던/ 이웃들과 가난을 나누던/ 그였다. 하느님께서 물으실 때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답이라고 응답하던/ 그였다."

 

 최근 출간된 시집 「참말」에 수록된 시 '교황 프란치스코 1세'의 한 대목이다. '교황 프란치스코 1세'는 추기경 시절 프란치스코 교황의 청빈했던 삶, 교황선출 과정 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시를 쓴 이가 대를 이어온 불교신자다.

 불교 신자 시인이 이웃종교의 수장인 교황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현한 시를 쓴 계기가 궁금했다. 4일 서울 오산중학교에서 만난 윤효(오산중학교 교장, 59) 시인은 "나는 내 종교, 네 종교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종교를 떠나 모든 이들에게 축복이 되시는 분"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교황님 선출 후 기사를 읽으면서 청빈하고 겸손한 삶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면서 "그분에 대한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고 말했다.

 윤 시인은 선출 직후부터 교황 관련 기사를 꼼꼼히 읽었다. 언론에 보도된 교황의 행동 하나 하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감동적이었다. 교황이 선출되고 5일이 지난 지난해 3월 18일, 새벽같이 출근한 그는 펜을 들었다.

 "시를 쓸 때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인데, '교황 프란치스코 1세'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썼어요. 교황님이 어떤 분이고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가를 잘 표현하려고 했어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탄생은 가톨릭을 넘어 모든 인류에게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프란치스코'라는 즉위명이 잘 어울리는 분이죠."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시인의 눈에 비친 교황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는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사제 앞에 무릎을 꿇고 고해성사를 보는 사진을 실은 일간신문을 보여주며 "교황이 되신 후에도 똑같이 청빈하고 겸손하게 사시면서 진실한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주고 계시다"면서 "오랫동안 건강한 모습으로 교황직을 수행하시면서 인류에게 생명의 메시지를 전해주시고, 참다운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1984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그동안 4권의 시집을 발표했다. 제16회 편운문학상 우수상, 제7회 영랑시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1984년부터 오산중학교 교사로 근무, 2011년부터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글ㆍ사진=임영선 기자

교황 프란치스코 1세

 아르헨티나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로 떠날 때
 몇몇 신부가 돈을 모아
 그의 낡은 구두를 새 구두로 바꿔 신겼다.

 번듯한 공관을 마다하고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밥을 짓고 옷을 깁던
 이웃들과 가난을 나누던
 그였다.

 하느님께서 물으실 때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답이라고 응답하던
 그였다.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네 차례 검은 연기가 번지고 마침내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전 세계에서 온 115명 추기경들이 뽑은 새교황의 이름은
 베르골리오 추기경.

 즉위명으로 프란치스코를 골랐다.
 가난한 이를 위한 겸손과 청빈으로 성자가 된
 바로 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그날,
 교황청 리무진을 물리치고 셔틀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들면서
 추기경들에게 건넨 건배사는
 이러하였다.

 "하느님께서 나를 뽑은 당신들을 용서해 주시기를……".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1세,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 76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