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교황 방한 D-11] 한땀 한땀 교황 위한 전통 영대 제작

[교황 방한 D-11] 한땀 한땀 교황 위한 전통 영대 제작
 
쌈지사랑규방공예연구소 공예가 15명 3개월간 교황에게 선물할 영대 완성
 

 

▲ 쌈지사랑규방공예연구소가 제작한 교황 영대
 
▲ 프란치스코 교황 영대를 전통자수기법 등을 동원해 3개월간 제작한 규방공예가들이 영대와 영대를 포장할 기러기보를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이정훈 기자
 
▲ 교황 영대 뒷면



103위 성인과 시복될 124위 수 맞춰 227개 조각보 바느질해 비단으로 지어



전통 규방 공예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규수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할 영대(領帶)를 제작했다.

국내 최대 규방공예 커뮤니티인 쌈지사랑규방공예연구소 소속 규방공예가 15명은 고급스러운 비단 조각을 한땀한땀 이어 붙여 만든 교황 영대를 제작했다. 지난 4월부터 3개월에 걸쳐 매일같이 비단조각을 재단하고 바느질하며 행복한 씨름을 한 결과, 가장 한국적인 빛깔의 전통 영대가 완성됐다.



교황님에게 ‘우리 것’을 보여주고자

영대는 한국 103위 순교성인과 곧 시복되는 하느님의 종 124위 순교자 숫자에 맞춘 227개 알록달록한 조각보가 중심을 이룬다. 목 뒷부분에는 교황을 뜻하는 황금색 자수가, 그 주변으로는 한국의 김수환ㆍ정진석ㆍ염수정 세 추기경을 상징하는 빨강색 십자가가 그들이 함께 자리한 듯 나란히 새겨졌다. 뒷면 아랫쪽은 전통자수기법으로 정성스레 수놓아진 교황 문장과 방한 기념 공식 로고인 ‘일어나 비추어라’가 자리했다. 공예가들의 이름 영문 이니셜도 함께 새겨졌다.

영대 제작에는 전통 비단인 명주천이 사용됐다. 영대를 포장하는 기러기보는 17개 조각보를 이어붙였다. 한국교회 16개 교구와 평양교구를 뜻한다. 부귀영화와 복된 번성을 뜻하는 ‘칠보문전보 문양’과 마음과 마음을 잇는다는 뜻을 지닌 ‘기러기 매듭’ 등이 쓰여 의미를 더했다.

7월 25일 서울 인사동 연구소에서 만난 공예가들은 시종 밝은 표정으로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처음 이 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한 하재구 연구소장은 비신자이지만, 종교를 넘어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교황에게 ‘우리 것’을 보여주고자 이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하 소장은 “교회 단체는 아니지만, 종교를 넘어 귀한 손님께서 한국을 찾으시는데 예우를 갖춰 감사한 마음을 소박하게나마 전해드리고 싶었다”며 “조각보 하나하나를 이땅의 순교자들처럼 여기며 그분들의 넋을 기리는 마음으로 정성껏 제작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절반은 비신자다. 그럼에도 모두 기다렸다는 듯 뜻깊은 작업으로 받아들였다. 3개월간 각자 자신의 작품 만들기마저 기꺼이 제쳐두고 영대 작업에 몰두했다. 작업 중반에 이르러 갑작스레 선물 전달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통보가 전해졌을 때에도 이들은 그와 상관없이 교황청으로 ‘택배’라도 보낼 심정으로 기쁜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 수소문해 교황의 키까지 알아내며 영대 길이를 맞추고, 순교자들의 의미를 어떻게 새길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동안 이들에겐 종교를 넘은 화합의 의미도 되새기는 시간이 됐다.



신자 아닌 공예가들도 종교 넘어 한마음으로

3년째 모임에 참여해오고 있는 지승신(크레센시아) 평화방송 아나운서는 “처음 신자가 아닌 분들에게 이런 작업을 하자고 하면 참여를 꺼리거나 불편해하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해 그 마음으로 더욱 하나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예비신자인 이정은씨는 “신자인 남편은 교황님 영대를 만들러 간다고 하면 언제든 참여하도록 이해하고 도와줬다”며 “아직 신자가 아닌데도 이런 영광된 작업에 동참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지희(아녜스)씨는 “혹시 교황님께서 저희 영대를 미사 때 착용해주신다면 정말 기적처럼 느껴질 것 같다”면서 “교황님 생각하며 작업한 것만으로도 값진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