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평화칼럼] 공동선과 평화 위한 교황의 네 가지 원칙

[평화칼럼] 공동선과 평화 위한 교황의 네 가지 원칙
 
이창훈 알폰소(편집국장)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1월 24일 '신앙의 해'를 마치면서 발표한 문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7월 회칙 「신앙의 빛」을 발표한 바 있어 「복음의 기쁨」은 두 번째 문헌이지만, 「신앙의 빛」은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작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복음의 기쁨」이 사실상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복음의 기쁨」 한국어판이 발행 2주 만에 주문량 2만 부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입 대열에 동참했다. 주말을 이용해 책을 펼쳤고 이틀 만에 완독했다. 정독이 아니라 속독이었으니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도 이것만은 놓치지 말아야겠다며 밑줄 쳐 놓은 부분이 있었는데, '공동선과 사회 평화를 위한 네 가지 원칙'에 관한 대목이었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첫째 원칙, '때가 시간보다 더 중요하다.' 무슨 뜻인가. 때는 완성 또는 목적을 향한 긴 흐름과 관련되지만 시간은 눈앞의 상황을 장악하려는 짧은 순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교황은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가 이따금 사회 정치 활동에서 보는 잘못들 가운데 하나는 권력의 시간을 진전의 때보다 더 중시하는 것입니다. 시간을 우선시한다는 것은… 당장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무모한 시도를 의미합니다. …때를 우선시한다는 것은 시간을 장악하기보다는 전진을 시작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입니다"(223항). 말하자면, 순간의 성공에 집착하지 말고 확고한 신념과 끈기를 지니고 길게 보라는 것이다.

 둘째 원칙, '일치가 갈등을 이긴다.' 갈등은 덮어 버린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갈등을 기꺼이 받아들여 해결하고, 이를 새로운 전진의 연결 고리로 만드는 것"(227항)이다. 그러나 혼합주의나 일방적 흡수가 갈등의 해결은 아니다. 오히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평화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황은 참행복에 관한 성경 말씀 한 대목을 인용, "행복하여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마태 5,9)이라고 천명한다(227항).

 셋째 원칙, '실재가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이상과 현실은 다른데 이상에 사로잡혀 현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천사 같은 순수주의, 공허한 미사여구,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 선의가 없는 도덕주의, 지혜가 없는 지성주의 등을 거부해야 한다고 교황은 지적한다. 특히 지도자들은 교황의 다음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과 심지어 종교 지도자들 가운데는, 자신의 제안이 매우 분명하고 논리적인데도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하여 의아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 까닭은 그들이 순전히 생각의 영역에 틀어박혀 있어서 정치나 신앙을 어떤 미사여구로 전락시키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232항).

 넷째 원칙, '전체는 부분보다 더 크다.' 당연한 말이다. 교황은 나아가 '전체는 그 부분들의 단순한 총합보다 더 크다'고 말한다. 무슨 뜻인가. 몸담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거나 발붙여 살고 있는 우리 자리를 떠나서도 안 되겠지만, 더 큰 전망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더 넓은 안목으로 우리 모두에게 유리한 더 큰 선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네 원칙은 처음에는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고 되새길수록, 참으로 이 시대와 우리 사회에, 내 삶의 보금자리인 가정과 내가 하루 절반 이상을 몸담고 있는 회사에도 더없이 필요한 원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자신했나 보다. "저는 이 네 가지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모든 나라가 그리고 전 세계가 평화를 향한 진정한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221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