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인터뷰 전문] 이숙현 ˝교황, 권위주의를 버림으로서 권위 지켜˝

 
* 이숙현 시사칼럼리스트,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교황 방한이 침체된 한국사회에 모처럼 희망과 활기를 가져다주는 분위기"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우 1년도 안 돼서 전세계인의 이목을 잡아끌어"

"권위주의를 버림으로서 스스로 권위를 지켜"

"보수적인 가톨릭 분위기에서 파격적인 행동과 발언"

"세월호 생존자와 유족, 꽃동네 장애인, 쌍용차 해고자, 강정마을 주민 등 만날 예정"


[발언전문]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4일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종교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은 기대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왜 이같은 “교황신드롬”이 불고 있는지 얘기해보겠다.


1. 지난 1989년 요한 바오르 2세 이후 25년만에 교황이 한국에 방한하는데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떤지?

=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에 있는 대형 서점에 갔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곳곳에 책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는데… 최근 영화 ‘명량’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순신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서적이 봇물을 이르고 있었다.

그의 어록, 그동안의 삶 등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책들이 많았고 관심을 보이는 독자들도 많아 보였다. 방한 기념행사나 전시회도 곳곳에서 열리는 분위기.

세월호 사건과 최근 군대 내 구타 사건 등 믿기 어렵고 경악스러운 일들이 줄줄이 이어졌는데.. 교황 방한이 이런 침체된 한국사회에 모처럼 희망과 활기를 가져다주는 분위기.


2. 수치로만 보더라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번 교황 방한 행사에 참여하는데…최대 100만 명이 시복식데 참석할 전망이라구요?

= 교환 방한 행사에 참석하는 기자는 100명.

교환 방한 취재를 위한 공식 등록 기자만 2800여명.

시복식 천주교 자원봉사자는 5000명, 시복식에 참석할 인원만 하더라도 최대 100만명이라고 한다.

또 시복식 경호를 위한 경찰 동원 병력만 1만명.

숫자만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을 듯.


3. 교황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왜 유독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일까?

= 사실 지난 해 3월 13일 로마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흰 연기가 피어오르며 제 266대 교황으로 아르헨티나 출신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선출됐을 때 그에 대해 알려진 건 많지 않았다.

교황청 공식일간지 `오쎄르바토레 로마노`(Osservatore Romano)의 전문 취재기자조차 새 교황의 고향인 아르헨티나로 취재를 가야 했을 정도였다.

당시 기자는 아르헨티나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면목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우 1년도 안 돼서 전세계인의 이목을 잡아끄는 상황이 됐다.


4. 교황에 즉위해서 일 년도 안된 시기부터… 이렇게 높은 인기와 관심을 모았던 전례가 없지 않았나 … ?

= 이례적인 것은 사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12억 카톨릭 신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데는 사실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그를 선정했고, 경제지 <포천>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그를 꼽았다.

가장 큰 이유는 말그대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임했기 때문”. 일부 언론은 “로마 교황이 권좌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데는 2천년이 걸렸다. 프란치스코는 2천년 만에 권좌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온 교황”이라고 표현하기까지.

말과 행동이 정확히 일치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듯.


4. 무엇보다 검소한 생활을 몸소 실천하면서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지 않았는지?

=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가 고급 승용차를 타거나 호화주택에 사는 것에 대해 분노하곤 했다

본인 스스로 그것을 지켰는데, 90년대 그의 세간살이는 침대 하나, 옷장 하나, 그리고 책상, 책장, 의자 하나가 전부였다고 한다.

또 대주교나 추기경들에게 연락을 하려면 비서를 통하게 마련인데 그런 것도 없이 직접 전화를 받거나 회신전화를 했다고 한다.

권위가 아니라 “권위주의”를 스스로 버림으로서 스스로 권위를 지킨 것이다.


5. 교황 즉위 이후에 행보도 이전 교황들과는 달리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있는데요 ?

= 임기 첫 부활절이던 지난해 3월, 세족식에서 성직자 12명의 발을 씻기던 전례를 깨고, 청소년 죄수 12명의 발을 씻겨주는 가 하면,

예고 없이 바티칸 거리로 나가 아이들의 손을 잡길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생일잔치에는 3명의 노숙인을 초대해 식사를 제공하고 자신의 숙소인 산타마르타 게스트하우스에서 축하 미사를 올렸다.

또 7월에는 “동성애자가 좋은 의도로 신을 섬기려 하는데 내가 심판할 수 있겠냐며” 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발언을 하기도.

보수적인 가톨릭 분위기에서 파격적인 행동과 발언으로 해석.


6. 많은 어록들이 있었는데 일부를 소개해준다면?

= "가난한 자는 힘든 일을 하면서도 박해를 받습니다. 부자는 정의를 실천하지도 않으면서 갈채를 받습니다"라거나 “집 없는 노인이 유해한 환경에 노출돼 죽은 것은 기사가 안 되고, 주식지수가 2포인트가 떨어지는 것은 보도된다”고 일침.

무엇보다 행동하는 종교인이 될 것을 촉구…

교회를 야전병원으로 규정한 그는 “쓰러져 피 흘리는 사람에게 콜레스테롤 수치 따위를 묻는 게 무슨 소용이냐”며 교회 밖으로나가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 손길을 내밀 것을 당부.


7. 이번 방한에서도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만나는 일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구요 ?

= ”가난한 교회, 가난한 이들의 편이 되는 교회’를 강조하는 그답게 이번 방한 일정도 그에 맞게 짜여진 듯 하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3일째 되던 4월 19일. 교황은 희생자들에 대해 기도를 올렸다.이번 방한을 통해서도 세월호 생존자와 유족을 따로 만날 예정. (15일)

또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해 이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날 꽃동네 사람들은 직접 그린 교황의 초상화, 손이 없어 발가락으로 접은 종이학 등을 교황에게 선물하고 환영 공연을 선보일 계획.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 갈등 사례 당사자인 쌍용자동차 해고자들과 해군기지를 건설 중인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 위안부 할머니들도 참석할 예정.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램.
PBC 서종빈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8-1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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