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인터뷰 전문] 유경촌 ˝어려운 사람들에게 손길 건네는 교황님 마음 느껴˝

 
* 서울대교구 유경촌 보좌주교,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교황님과의 만남이 큰 축복과 선물이 되는 자리가 되길"

"교황, 주교단에게 주교로서의 직무 말씀하신 것 인상적"

"기억의 지킴이, 희망의 지킴이가 돼라고 말씀"

"세속적인 사고방식과 유혹을 물리치라고 강조"

"어려운 사람들에게 손길을 건네고자 하는 교황님 마음 느껴"

"교황, 구체적인 결단과 용기, 실천 촉구"

"새로운 복음화, 복음의 내용은 똑같지만 선포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

"사회복음화, 복잡하고 문제가 많은 세상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교황 방한, 교회의 사회참여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


[발언전문]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틀째입니다. 어제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에 도착한 이후, 교황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종교적, 사회적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교황청이 ‘교황이 주는 메시지에 집중해달라’, 이렇게 요청한 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의 우리 국민들을 향한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교황 방한 서울대교구 준비위원회 행사담당이신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님을 연결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과 사회복음화라는 주제로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 유경촌 주교님, 안녕하십니까? 방한 첫날인 어제 교황님의 말씀과 메시지 울림이 아주 큰 것 같습니다. 상당히 오래갈 것 같은데요.

▶ 매스컴으로만 많은 이야기를 듣고 준비를 해왔는데, 실제로 교황님이 오셔서 저희들에게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고 직접 가까이서 뵙게 되는 기쁨을 누리게 됐기 때문에 저도 기분이 많이 고양됐습니다.


- 올해 성모승천대축일은 방한하신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뜻 깊은 것 같은데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틀째입니다. 주교님께서는 어떤 마음으로 맞고 계십니까?

▶ 아무래도 행사를 같이 돕고 하다보니까 교황님 계시는 동안 아무런 사고 없이 우리가 준비한대로 일정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걱정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일단은 함께 하시는 모든 분들, 신자분들 뿐만 아니라 함께 해주시는 모든 국민들도 교황님과의 만남이 축복과 선물이 될 수 있는 자리로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준비하는 쪽에서는 그런 마음이 더 큽니다.


- 어제 교황과 주교단과의 만남이 있었는데요. 지근거리에서 교황님 직접 보시고 또 얘기도 나누셨을 텐데 어떤 메시지들을 전하셨는지요?

▶ 교황님께서 모든 주교님들께 짧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주교로서의 임무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주교 임무가 하느님 백성을 잘 돌보는 것이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두 가지 측면으로 풀어서 말씀해주셨어요.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기억의 지킴이가 되라는 것과 희망의 지킴이라 되라는 것이었습니다. 표현이 조금 낯설기는 했는데요. 교황님께서 오셔서 124위 시복식도 하시고, 우리는 과거의 자랑스러운 교회 전통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이를 드러내는 시복식도 거행하는데, 과거의 은총을 기억하고 간직하기만 하는 뜻에서 지킴이라 되라는 말씀이 아니라 현실의 도전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지혜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순교자들도 당시 어려운 고난을 이겨내지 않았습니까. 그런 식으로 우리들도 현재 어려움들을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힘을 얻어서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기억의 지킴이가 되어달라는 말씀이셨고요.

희망의 지킴이라 되라는 말씀은 복음이 주는 희망을 세상에 선포하라는 말씀이셨어요. 세상에 나가서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되 특별히 변두리로 가라, 예를 들면 어려움이 처해있는 사람들을 찾아가라. 그래서 교황님이 강조하신 것이 어린이라든가 노인들, 특별히 가난한 사람들, 난민이라든가 이민자라든가 소위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회적 약자라고 표현하는 분들에게 한국교회의 예언자적인 증거를 명백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가난한 사람들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또 한 번 강조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 특별히 한국교회가 세속화되고 물질적인 있다고 하는 점을 말씀하셨는데요. 그것이 우리에게는 하나의 도전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유혹들을 잘 물리쳐서 복음의 증거를 사회에 드러내라는 의미에서 희망의 지킴이라 돼라, 두 가지 방식으로 풀어서 말씀해주셨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 “한국 교회는 거울을 보듯이 자기 자신을 비춰야 한다.” 이런 말씀도 하셨나요?

▶ 그건 당연히 성찰과 회개에 대한 요청인데요. 기억의 지킴이가 바로 그런 것과도 통한 말씀이었습니다. 현실의 어떤 것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성찰함으로써 현재의 고난을 이겨낼 수 있다는 점을 말씀하신 거죠.


- 오늘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여한 청년들과의 만남이 또 내일은 충북 음성 꽃동네 장애인들과 한국 수도자들,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대표들과의 만남이 각각 예정돼 있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걸음걸음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해보셨나요?

▶ 교황님은 연세도 많으신 편이고, 4박 5일이라고 하는 짧은 일정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시는 거잖아요. 전해 듣기로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뵙고 싶어하시고 그것을 기뻐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비행기 타고 오셔야 하고 시차도 있고 많은 행사도 있고, 더구나 더운 철이라 힘드실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자 하시는, 특히 어려운 사람들에게 손길을 건네주시는 교황님의 마음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우리 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교황 방한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좀 이끌어 내리라고 보십니까?

▶ 낮은 곳을 지향하시는 교황님의 마음, 교황님의 영향으로 강조하시는 생활방식이나 가치관 이런 것들이 교회 안에서뿐만 아니라 평가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정말 이번 방한을 통해 더 자리잡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교황님의 가치관이라고 할까요, 그것의 핵심을 저는 함께 하는 삶을 강조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싶습니다. 말하자면 연대하는 삶이죠. 누구랑 연대할 것이냐. 힘 센 사람과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과 연대하는 것을 교황님께서는 강조하시고 그런 식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 신앙적 표현을 강조하신 것인데, 말하자면 나만이 아니라 너도 함께 같이 잘 살자, 같이 행복하자는 것을 강조하시는 거거든요. 물론 우리 사회에 연대를 필요로 하는 문제들이 교황님이 며칠 다녀가시는 것으로 모든 것이 다 완성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교황님 방한이 우리 사회 안에서 그런 가치관이나 생활방식,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데에 분명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지금 우리 사회는 진상규명조차 되지 않고 있는 세월호 참사의 상처가 깊어지고 있고 군대 폭력으로 많은 젊은이와 가족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을 보면 앞장서서 직접 실천하는 교회를 여러 곳에서 강조하고 계시던데요. 실천적 변화를 촉구하는 교황님의 권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말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고 그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실 어떻게 하는지를 몰라서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기본적으로 내용은 알고 있지만 실천이 부족한 것인데 교황님은 그런 우리에게 구체적인 결단, 회개를 촉구하시는 것이죠. 당신도 직접 실제로 그렇게 하시는 건데, 우리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시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실천에 더 매진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사실 실천하는 방법을 제대로 몰라서 못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 어제 교황님께서 주교회의에 오셔서 하신 말씀 중에서도 사회 교리를 통해 많은 것들을 강조해왔다고 하시면서 사회교리에 대한 것을 강조하셨는데, 결국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교회의 가르침이라든가 신앙적인 교리 내용 속에 담겨있기 때문에 신앙적 공부도 필요하겠죠. 그런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오늘 교황님께서 세월호 유가족을 면담하시지 않습니까? 정국의 실마리가 풀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는데요. 그런 계기가 마련되겠죠?

▶ 저는 개인적으로 어제 교황님께서 공항에서 유가족들에게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고 함께 아파하고 계신다는 점을 표현하셨고, 그 자리에 대통령도 같이 계셨고, 오늘 대전경기장에서 따로 유가족들을 만나실 것이고, 또 광화문 내일 시복미사 때도 자연스럽게 그분들에 대한 마음을 표시해주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 여러 가지로 사회적으로도 국민들의 뜻을 조금이라도 더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자극이 되고 격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 교황님께서 말씀하시는 ‘새로운 복음화’, 기존의 것과 어떤 차이가 있고 우리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이해하고 해석해야 할까요?

▶ 새로운 복음화라는 말은 이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80년대에 말씀하신 거거든요. 얼마 전 우리가 보낸 신앙의 해에도 베네닉트 16세 교황님께서 새로운 복음화를 염두에 두고 신앙의 해를 지내자고 하셨던 것이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그런 점을 강조하신 것인데, 그리스도인들에게 사실 복음화의 사명은 본질적인 내용입니다. 지상에 복음을 선포하는 것, 우리는 다 알고 있는데 복음을 선포하는 대상이 예수님 시대와 지금하고는 분명히 다르지 않습니까. 세상이 변화된 것이고 거기 살고 있는 사람도 달라진 것이고. 그래서 사회의 삶이 천양지차로 차이가 있는데 그런 점에서 특별히 구조적인 모순이라든가 악, 불의 이런 것으로 인해 위협받는 일이 사실상 도처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직면해서 볼 때 복음을 선포하는 방식도 옛날과 똑같을 수는 없는 것이죠. 복음의 내용이 달라져서 어떤 새로운 복음을, 다른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은 똑같은 것이지만 복음을 선포하는 방식은 세상이 변화한 것에 발맞춰서 새로운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복음화를 이해했으면 좋겠고요. 그래서 이 세상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해야 한다는 것이죠. 세상이 그만큼 복잡하고 문제가 많기 때문에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새로운 복음화의 사회적인 차원을 강조하신 것도 말하자면 세상의 문제, 세상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고 그들에게 정말로 위로가 될 수 있는 복음의 기쁨을 전해야 한다, 그런 방식에서 세상 공부도 필요하고 방식도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어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청와대 연설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국이 정치적 분열, 경제적 불평등과 씨름하는 상황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언론에서는 정치지도자에 대한 충고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한국 천주교회가 사회참여에 유독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있어왔고요. 교회 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찬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교회의 사회참여태도에 변화가 있을까요?

▶ 한국 교회가 사회참여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은 늘 그래왔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굉장히 적극적이기도 했고 시대에 따라 높낮이는 있지만 언제나 한국천주교회가 소극적이었다는 것엔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잘 알다시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오기도 했고, 그런 기복은 조금 있어도 분명히 그것이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양심과 복음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따르는 것이 중요한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사회적인 관심과 참여를 강조하시는데 그것도 역대 교황님들과 교회가 늘 강조해온 거거든요. 다만 지금 교황님께서는 몸소 앞장서서 실천하신 점이 두드러진다고 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에도 분명히 교황님 방한을 통해서 말씀이 사회참여나 적극적인 긍정적인 영향을 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교황방한 서울대교구준비위원회 행사담당이신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님을 만나봤습니다. 주교님 인터뷰 감사합니다.



 
PBC 서종빈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8-1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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