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첫 연설에서 ‘희망’, ‘평화’ 그리고 ‘사람 중심의 발전’을 역설했다.

교황은 14일 오후 청와대 공식 환영식에서 대통령과 정부 공직자 및 외교관들에게 한 방한 첫 연설을 통해 “희망은 위대한 선물”이라며 정의와 평화와 일치 같은 목표들을 절대 좌절하지 말고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자신의 한국 방문이 제6차 아시아청년대회를 계기로 이뤄졌음을 언급하면서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평화의 선물을 줄 필요성을 성찰하는 것이 우리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평화의 가치를 역설했다.

교황은 한반도의 화해와 안정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만이 지속적인 평화로 가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길이라면서 “한국의 평화 추구는 이 지역 전체와 전쟁에 지친 전 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우리 마음에 절실한 대의”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특히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 않되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해 그 불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또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공동선과 진보와 발전을 단순히 경제적 개념으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하며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 계층과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을 각별히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아시아 지역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데에는 한국 천주교회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함께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정신을 심어주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황의 방한이 한국민에게 큰 희망과 용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교황의 메시지를 통해 아시아 청년들이 희망과 미래를 발견하기를 기원하면서 아울러 방한 기간 사회가 용서와 일치를 도모하고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며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민족이 될 수 있도록 교황의 기도를 청했다.

이에 앞서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와대 바로 옆 궁정동 교황대사관저에서 휴식을 취한 후 오후 3시 40분쯤 청와대에 도착,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후 박 대통령과 개인 회담을 했다. 회담에는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화목문(花木紋, 꽃·나무 무늬) 자수 보자기’ 액자를 선물했다. 교황은 박 대통령에게 2000년 대희년을 맞아 바티칸 도서관에서 교황에게 헌정했던 ‘로마대지도’(190㎝×174㎝) 동판화 작품을 액자에 넣어 전달했다.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