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인터뷰 전문] 이호진 ˝교황, 또 다시 상처 줄 수 없어˝

*교황에게 세례받은 이호진 프란치스코씨,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 발언]

"교황이 직접 세례줄 때 구름이 자신을 감싸는 기분"

"황홀하다는 말씀 이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 없어"

"교리공부하던 중 세월호 사고나 세례 못 받아"

"교황께 세례 요청 생각은 미리 하기도 했지만.."

"면담시 미리 준비한 질문 대신 순간적으로 세례 요청"

"세례 요청시 교황님 상당히 놀라셨다고 들어"

"교황, 직접 세례 요청한 용기 높이 칭찬"

"교황, 세례 거절시 상처입은 사람에게 또 다시 상처 줄수 있다고 말씀"

"교황, 교황청과 연락 안돼 세례를 못받는 일 없도록 실수없이 준비하라고 지시"

"세례 받는 내내 부끄럼 없이 남을 위해 기도하며 살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

"교황 방한, 세월호 유가족에게는 크나큰 은혜"

"교황 방한이후 세월호 희망 메시지 단 하루도 빠뜨린 적 없어"

"교황, 형식에 머물지 않고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유족들 치유"



[인터뷰 전문]

[앵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제 세월호 유가족인 이호진씨에게 직접 세례성사를 베풀었습니다. 이씨는 교황의 이름과 같은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을 선택했는데요.
한국인이 교황으로부터 단체로 세례를 받은 적은 있지만, 단독으로 세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호진씨를 직접 연결해서 세례 소감과 신앙인으로서의 마음가짐 등을 들어보겠습니다.

- 이호진 프란치스코님,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십니까. 이호진 프란치스코입니다.


-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탄생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이호진 프란치스코’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시네요.

▶ 아직은 조금 어색합니다.


- 세례를 받으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 우선 상당히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인데, 교황님이 직접 세례해주실 때 구름 같은 것이 저를 감싸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평생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그런 기분을 느꼈고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냥 황홀했었다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다른 표현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기 전부터 세례를 받기 위해 교리공부를 해오셨다고 들었거든요. 세례를 받아야겠다고 결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 현재 제가 와동에 살고 있거든요. 미사하면서 모니카 수녀님을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수녀님을 통해 성당에 나가야겠다, 그 성당을 다녀서 세례를 받고 천주교 신자가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을 제일 처음 모니카 수녀님을 통해 갖게 됐었죠. 와동 성당에 나가면서 그런 시간을 보내고 ,햇수로는 2~3년 된 것 같아요.


- 그런데 왜 그동안 세례를 받지 못하셨어요?

▶ 천주교는 세례를 준비하는 시간이 상당히 깁니다. 예전에는 1~2년씩 준비를 해야 했고요. 최근에는 6개월 정도 세례 교리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합니다. 사고 나기 전에 그 준비를 하던 중 사고를 당했어요.


- 지난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직전에 세월호 유가족 면담 때 교황님께 직접 세례를 요청하셨죠?

▶ 네.


- 교황님에게 세례를 요청할 생각을 미리 하셨던 건가요?

▶ 미리 하기도 했었습니다. 교황님을 뵙게 되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세례를 말씀드려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했을 경우 여러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돌아섰거든요. 교황님을 실제 뵈니까 당장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준비해 갔던 질문은 있었지만 그 질문을 말씀드리기엔 너무나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교황님을 알현하는 그 시간으로서는요. 그래서 순간적으로 세례를 요청드렸던 것이죠.


- 교황님이 이호진 씨 요청을 받아들여서 세례를 주시겠다고 했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 그건 뭐, 날아갈 듯 기뻤죠. 꿈이 현실로 된 것을 체감한 상태니까 제가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 교황님이 세례식에서 다른 말씀은 안 하셨나요?

▶ 보좌 신부님을 통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세례를 주시는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처음 교황님께서 제가 세례를 요청드릴 때 상당히 놀라셨다고 말씀하셨고요. 직접 세례를 요청한 그 용기를 높이 칭찬하셨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만약에 교황님이 세례를 거절할 경우 상처 입은 한 사람에게 또 다시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해주셨고요. 또 하나 제가 무척 감동스럽게 받아들인 부분은, 교황님께서 세례를 주시겠다고 결정하신 뒤에 저와 교황청과의 연락이나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 미처 되지 않아 제가 세례를 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날까봐 그 부분에 대해 실수 없이 준비하라고 수행원 모든 분들에게 교황님이 직접 말씀하셨다고 해요. 그것을 보좌 신부님께서 그대로 전해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제가 들었을 때 정말 교황님께 세례 요청을 드린 것이 정말 잘한 일이구나, 교황님이 정말 그런 분이셨구나, 라는 것을 현장에서 말씀을 전해 듣고 느꼈습니다.


- 교황님께서 정말 세심하게 배려하셨군요.

▶ 네, 엄청납니다.


-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다 아는, 아주 공개적인 천주교 신자가 되셨습니다. 앞으로 신앙생활을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가요?

▶ 프란치스코 성인은 상당히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신 분입니다. 아씨시(Assisi)의 거리를 거니시다가 걸인이 구걸하는 것을 보고 ‘내가 정말 이런 호화롭고 우매한 생활을 탈피해서 청빈하게 살아야 되겠다’는 깨달음을 느꼈다고 말씀하신 것이 전해지거든요. 그러한 프란치스코 성인님의 생전의 청빈하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배우면서 살고, 특별히 교황님께서 직접 세례를 주셨기 때문에 앞으로 부끄럼 없이 남을 위해 기도하며 살 것이라는 다짐을 세례를 받는 내내 스스로 맹세하고 다짐하고, 맹세하고 다짐하고 했습니다.


-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을 선택하신 이유가 교황님과 같은 세례명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에 감복을 받아서 선택하신 측면도 있으시군요.

▶ 그럼요. 당연히 그렇습니다.


- 교황님이 방한 기간에 세월호 가족들을 여러 치례 만나 위로하시고 함께 아파하지 않으셨습니까? 이번 교황 방한이 세월호 유가족분들에게 위로가 되셨죠?

▶ 엄청난 됐고요. 크나큰 은혜로움으로 저희들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교황님이 방한하시고 단 하루도 세월호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빠트리신 적이 없고요. 형식적인 선에서 그친 게 아니라 정말로 교황님 마음속에서 나와서, 유족들을 치유하고 싶으신 마음에서 말씀하신 것을 모두 알고 있거든요. 앞으로 교황님 방한 이후가 상당히 기대되고요. 조금은 우리들이 바라는 쪽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저도 갖고 있고, 나머지 유족분들도 모두 그런 생각을 하실 겁니다.


- 그런 마음 잃지 마시고 앞으로 신앙생활 열심히 하시고요. 교황님께서 주신 말씀 앞으로 계속 마음속에 간직하시면 상당히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 네, 감사합니다.
PBC 서종빈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8-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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